자，움트는 자연을 느껴봐
교실 창가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앉아 있는 아이들의 싱그러운 살빛이 눈부시다. 금방이라도 잎을 낼 듯이 물이 잔뜩 오른
화단의 나무들 하며, 벌써 녹색을 머금고 아지랑이를 피워내는 땅을 보노라면 내 몸에도 생기가 도는 듯하다. 유난히도 짧은 도회지의 봄은 회색
콘크리트 사이로 살짝 왔다가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여름으로 도망쳐버리는 것만 같아 아쉽다.
아이들은 이 봄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움트는 싹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를 만큼 감수성 풍부한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작은 변화에도
마음을 주고, 봄꽃들을 바라보며 생명의 신비함을 절로 깨닫는 아이들로 가득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많은 아이들은 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 무작정 전형적인 꽃잎과 나비부터 그린다. 나무도 한두 그루 넣고, 톱니 같은 풀도 그려 넣는다.
종이 한쪽 귀퉁이에 해를 그리고서 그림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늘 그려왔던 방식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보자. 봄을 그리되, 꽃
나무 풀 나비 등 구체적인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느낌을 살려 색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림>
우연히 그은 선이 나뭇가지가 되고, 무의식적으로 칠했는데 나비 같은 모양이 그려지고, 손의 움직임에 맡겨 선을 그어놓고 보니 봄의 아지랑이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 이런 형상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봄의 향연이 화면 가득 펼쳐지는 그림을 그려보자.
<함께 해봐요>
먼저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 느낌이 없는 데 느낌을 표현하려면 얼마나 고역이겠는가? 봄 들녘에 한번 나가서 살갗을 스치는 봄바람도
쐬어보고,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도 받아보고, 겨우내 얼었다 녹아 촉촉해진 흙도 만져봐야 한다.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좋은
배움은 없을 것 같다.
기진호/서울 문성초등학교 교사·화가art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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