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기교만 가르치는 곳 곤란, 상상력 교육과정이라야
자녀를 미술학원에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미술을 좋아하고 미술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 아이가 미술학원에서 미술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학교의 미술시간은 1주일에 2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반대로 미술표현력이 너무 부족하고 소질이 없는 아이라도 미술학원에서 기초적인 표현지도를 받아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것도 괜찮다.
원근법이라든가 명암법, 비례법 같은 표현기술은 저절로 터득되기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높은 학년이
되어 그림을 잘 그리기 원한다면 미술학원 등에서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필요가 있다.
미술학원을 선택하기 전에 그 학원이 어떤 미술교육과정으로 운용하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단순히 화려한 표현 기법만을 획일적으로 주입하는
교육과정이라면 문제가 있다. 더욱이 학부모들을 지나치게 의식해 각종 미술대회에 무리하게 참가시키거나 그림을 그릴 때 사진이나 다른 그림을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라고 하는 미술지도라면 문제가 있다.
또 아이들의 그림을 도와주는 정도가 지나쳐 지도교사가 대부분을 그려주는 일도 있는데, 이는 미술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미술학원에
보냈다고 금방 성과를 기대하거나 미술실력이 좋아지길 바라는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문제점은 극복되기 어렵다. 미술을 가르치는 강사가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교육적인 식견이 있는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창조적 상상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학원이 아니라면 도리어 미술교육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어린이
미술교육은 화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을 미술언어로 나타냄으로써,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르고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도록 정서를 가꾸는 데 미술교육의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아이의 자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그림을 통해
부모는 아이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아이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교를 부려 멋스럽게 표현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이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함께 해봐요>
성장하면서 달라지는 아이들의 그림을 그냥 휴지통에 버릴 것이 아니라 잘 정리해서 모아두었다가 미술교육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기진호/서울 문성초등학교 교사·화가artkee@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