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 모양 단순장식 넘어 뜻 새겨'
단청과 문양
수업시간에 ‘오방색’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정확하게 대답하는 아이가 한명도 없었다. 사군자나 십장생에 대한 물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문화와 아이들의 정서가 멀기만 한 게 현실이다. 아이들과 함께 고궁이나 옛 사찰에 가면 흔히 보게 되는 것이 단청과 문양이다.
가칠(假漆)단청, 긋기단청, 모루(毛老)단청, 금단청, 고분(高粉)단청 등 그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바탕에 흐르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한 일정한 법칙을 따라 정교하게 채색된 단청을 보면 우리 조상들의 장인정신을 느끼게 된다. 오방색(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이 주로 사용되어 건물의 천정 기둥 벽 또는 공예품 등을 장식하고 있는 단청은 형형색색 문양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건물의
권위를 드러내며 습기나 벌레에 약한 목재를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의 전통문양을 살펴보면 연꽃, 도깨비, 태극, 나무, 구름 등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문양화 하였고, 담벼락이나 문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문양은 원, 세모, 네모를 겹쳐가며 만들어 졌으며, 복(福), 만(卍), 희(喜)자와 같은 글자를 문양화한 예는 부적에서 흔히
보게 된다. 보통 이런 문양에는 장식적인 기능 외에도 복을 비는 주술적인 기원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모란꽃 문양은 부귀를, 박쥐 문양은
복(福)을, 대나무는 축(祝)의 의미를, 석류나 포도는 그 씨앗의 수만큼이나 많은 자손을 두라는(産) 의미를 지니며, 요즘 붉은 악마의 상징물인
도깨비 문양은 잡귀를 쫓는다고 믿어 주로 지붕의 기와에서 사용되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이불 베개 밥그릇 옷감 등 생활용품들에서 전통문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생활 속에서 별로 활용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외국의 캐릭터 대신, 고유의 독창적 문양이 학용품이나 장난감에 디자인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전통문화와 친숙해지고 그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함께 해봐요
전통문양을 종류별로 풍부하게 준비하여 두었다가 우리 고유의 색감을 살려 꾸며보자. 교실이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손으로 꾸민 단청을 창틀 위에
나란히 붙이면 우중충한 교실이나 방이 화려하면서도 전통의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단청이나 문양을 꾸며본 아이들은 다음에
궁궐이나 사찰에 가게 되면 자기가 꾸며본 단청이나 문양이 있는지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살펴보게 될 것이다.
기진호/서울 문성초등학교 교사·화가artkee@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