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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지각 맡은 오른뇌가 주도 '거꾸로 그리기'
거꾸로 그리기
로저 스페리는 좌우 뇌 분리실험을 통해 양쪽 뇌가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오른쪽 뇌는 비논리적, 직관적, 감성적,
시각적, 청각적 영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왼쪽 뇌는 수학적, 언어적, 논리적, 분석적, 이성적인 일을 관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오른쪽 뇌는
공간지각을 담당하므로 사실표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베티 에즈워드는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를 제안하고 있다. 대상을 정확하게 그리려면 오른쪽 뇌가 주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 왼쪽 뇌가 끼어들면서 딱딱하고 개념적인 표현이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왼쪽 뇌는 과학이 발전하고 합리성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활발하게 일하게 되어 자기의 일이 아닌 영역까지 자꾸 침범하려는 경향이 있으니, 그림을 그릴 때 왼쪽 뇌의 간섭을 막아
오른쪽 두뇌로 그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사물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리지 못하는 까닭은 잘 관찰하지 않고 머리 속에 기억된 모양을 습관적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가령 손을
그릴 때도 ‘손가락은 다섯 개지’ 하며 관찰하지 않고 그냥 쓱쓱 그리기 때문에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유치한 그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잘 못그리는 사람도 거꾸로 놓고 다시 그려보면 더 근사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놓고 그리면 늘 보아 왔던 모습이 아니므로
평소에 사물을 기호적이고 언어적으로 기억하는 왼쪽 뇌는 ‘어, 이게 무슨 모양이지’ 하며 혼란을 일으켜 주도권을 잃게 되므로 오른쪽 뇌가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이치다.
그렇다고 오른쪽 뇌로만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른쪽 두뇌로 그린 그림은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있지만 왼쪽
뇌도 과학적이고 치밀한 표현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일을 한다. 오른쪽 뇌와 왼쪽 뇌는 수많은 신경섬유로 이어져 있어 정보를 상호 교환하면서 일을
수행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양쪽 뇌가 서로 최대한 협력해서 그려야 머리가 좋아지고 그렇게 그린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해봐요>
과연 거꾸로 그리면 더 잘 그려지는지 확인해보자. 한번은 바르게 놓고 그려보고, 이를 다시 거꾸로 놓고 그려서 둘을 비교해 보자. 그림을
빨리 그리려 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있게 그려야 한다. 노랫말이 없는 잔잔한 음악은 오른쪽 뇌가 일을 더 잘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기진호/서울 문성초등학교 교사·화가 art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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