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생각 드러내보기
종이 한 장
종이 한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미술시간에 종이 한장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종이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게 하였다. 종이를 받아든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하기 시작했다.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그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종이 접기를 한다.
종이를 가늘게 찢는 아이, 구겨서 공처럼 만드는 아이, 일정하게 잘라서 가로 세로로 엮는 아이, 작게 잘라서 은단처럼 작은 알갱이를 수북하게
쌓아 놓는 아이,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는 아이….
종이 한장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진지하게 몰입한다. 작품(?)들을 자기 책상 위에 늘어놓고 작품 설명회를 하고, 다른 사람의 작품도
둘러본다. 자기와 다른 색다른 표현을 찾아 발표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종이 한장의 변신에 모두들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종이를 불에 태웠더니 타 들어가는 종이를 보며 탄성을 지른다. 종이의
재를 손에 묻혀 다시 하얀 종이 위에 낙서하듯 문질러 보았더니 까만 그림이 그려졌다. 하얀색이 검정색으로 바뀐 것이다. 또, 종이에 물을
적시고, 젖은 종이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더니 사방으로 번지는 모습이 신비로운 듯 아이들은 숨을 죽인다.
그렇다. 단지 종이 한장으로 이렇듯 흥미진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상적인 표현재료나 사물들을 늘 익숙한 방식으로 대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체험하게 하자. 재료를 잘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다루며 자신의 관점으로 새롭게 표현하는 일이야말로 미술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아닐까?
<함께 해봐요>
찰흙 한덩이를 가지고 새롭게 표현해보자. 찰흙은 종이와 어떻게 다를까? 색다른 모습으로 찰흙을 변화시켜 보자. 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말고 단지 주물럭거리고, 떼어내고, 붙여보고, 잘라보고 하면서 찰흙의 성질을 느껴보는 거다.
기진호/서울 문성초등학교 교사·화가art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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