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집 투시된 그림, 엉뚱해도 의미 담겨있어
아이들의 그림에는 아이들만이 지니는 특징적 표현들이 수두룩하다. 모순과 불합리로
가득차 있는 것 같은 아이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낮은 학년 아이들일수록 두드러진 특징 몇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투시적인 표현으로서, 버스를 그리거나 집을 그릴 때 마치 엑스레이 사진처럼
안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리는 것을 말한다.(참고그림-1) 또 전개도식 표현들도 흔히 접한다.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시점이 동시에 존재하여 마치 물체를 펼쳐놓은 것처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참고그림-2) 그런가 하면 주관에 따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축소를
하기도 한다. 곧,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원근법이나 비례를 무시하고 확대·과장하여 그리는 것이다.
또 동물이나 식물 등을 의인화하여 눈 코 입 등을 그리기도 하며,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일도 한 화면에 이야기하듯 나타내기도 한다. 그뿐
아니다. 문을 그릴 때는 반드시 손잡이를 그린다(손잡이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사람을 그릴 때 눈 코 입은 잘 빠뜨리지
않는데, 귀를 그리지 않는 일이 많다(시각장애는 귀를 강조해 표현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좀 사실적으로 그럴 듯하게 그려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어 결과만을 놓고 다그치곤 한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가 하는 여부를
사실적으로 그렸는지에 따라 판별하려는 태도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미술표현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
다만,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색을 자주 사용한다든지, 모든 물체를 한쪽 귀퉁이에 작게만 그린다든지, 늘 똑같은 그림만 반복하여
그린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미술지도를 받거나 심리 상태에 대한 고려를 해볼 필요가 있다.
<함께 해봐요>
아이들 그림이 이해가 안될 때는 그림을 그린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라. 엉뚱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들도 알고 보면 의미없이 그려진 것이
없다. 도화지를 가로질러 쭉 그은 선분 하나가 땅도 되고 바다도 된다. 실수로 묻은 것 같은 점도, 커다랗게 그려놓은 둥근 형체도 무엇인지
물어보면 척척 대답한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하고 상상하며 자라간다. 아이들의 그림을 이해하고 지도하려면 그들의 눈높이에서 다가가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진호/서울 문성초등학교 교사·화가art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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