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진호의 자유게시판

올 스승의 날엔

기김진호 (Homepage)

2003-12-10 15:43:31, 조회 : 4,211, 추천 : 709

===올 스승의 날엔===

구로동 쪽 방에서
부모 없이 형과 단둘이 살던 태경이는
기계공고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지금쯤 졸업하고 취직을 했겠다.

집 나간 엄마 대신, 술에 절은 아빠 대신
학부모총회에 오셨던 영식이 할머니는
지금도 살아 계실까?

걸핏하면 돈 뺐고 쌈질하던 은수,
야단도 치고 많이 때려줬는데
지금은 그 버릇 고쳤는지...

아빠 회사 부도나서 갑자기 전학 갔던
용식이네는 그 빚 다 갚았을까?

하굣길에 차에 치여 긴 입원에 1년 꿇은
지은이의 다리는 그 뒤로 괜찮은지...

병든 아빠 홀로 수발하던 문영이는
중학교에 잘 다닌다니 다행이다.

연예인 되겠다며 치장하고 나대던 지수는
왜 아직 TV에서 볼 수 없지?

그림 잘 그려 미술대회마다 상을 휩쓸던 명숙이는
미술대학엘 들어갔을까?

구구단도 어려워 특수반에서 공부하던 우진이는
제 앞가림은 하고 사는지?

아, 무당집 아들 용진이는
지체장애로 힘겹게 목발을 짚었었는데,
속병이 있어서 오래 못산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누가 그 애에게 복음은 전해 주었을까?

문득문득 내 가슴을 스치는 녀석들.

......

올 스승의 날엔
이놈들 얼굴 한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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