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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김진호
(Homepage) |
2003-12-10 15:37:00, 조회 : 2,924, 추천 : 589 |
우리 누나
우리 누나는 유신 말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돈이 없어 중학교에 못 가고 방직공장에 갔습니다.
하얀 교복 대신 푸른 작업복을 입었습니다.
밤새워 일하고 가물거리는 몸을 가누며 공장문 나서다가
등교하는 친구들을 피해 고개를 떨어뜨리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모진 목숨 어떻게 살아나서 또다시 공장에 갔습니다.
꽃다운 청춘을 엮어가며 베를 짜고 또 짰습니다.
남들 고등학교 다닐 때도 공장에 다녔습니다.
연애 한 번 못해보고 꽉 차오른 나이에 떠밀려
이웃 동네 농사꾼 아들과 결혼했습니다.
비키니 옷장 하나 들고 고향 떠나
부천 어느 후미진 동네, 연탄보일러 단칸방에서
중학교 졸업하고 공장 막노동꾼으로 잔뼈가 굵은
우리 매형과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죽으라고 한 달 일해 받은 남편봉급으로 살 수 없어
또다시 공장에 나갔습니다.
매형은 노사분규 한창일 때 구사대에 머리를 맞아 입원하고
다섯 살 난 조카는 심장병으로 입원하고
누나는 납 연기 자욱한 작업대에서
조각난 생을 붙이고 또 붙이다가 또 병이 들어 입원하고….
일곱 시간 수술 끝에 질긴 목숨 살아나 다시 공장에 갔습니다.
고단한 생을 술로 달래는 남편 몰래
대학 다닌다고 시골에서 올라와 더부살이하는 동생 몰래
마음마저 갈기갈기 찢어 놓는 시댁 식구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겨우 살 만해지니까 IMF가 찾아와
변변한 기술도 없어 직장에서 쫓겨난 매형 대신
오늘도 공장의 창백한 형광등 아래서
허깨비 같은 얼굴로 일하고 있습니다.
누나와 어머니가 다녔던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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