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진호의 자유게시판

봄

기김진호 (Homepage)

2003-12-10 15:42:50, 조회 : 4,168, 추천 : 698

<봄>

살 만한 집 정원에 성급한 매화꽃이 향내를 토해내면,
삭막한 도심 거리에도 벚꽃이 흐드러질 것이고,
저수지 둑길에 늘어진 수양버들도 물이 오르겠다.
여느 동네 뒷산에는 진달래,
시골 마을 담장 너머에는 목련, 자두, 살구나무,
과수원마다 능금, 참배, 복숭아나무가 꽃망울을 밀어낼 것이다.

지천으로 깔린 민들레는 살얼음 뚫고 꽃대를 세울 것이고,
애들이 꺾어 놀다 무심코 꽂아둔 막대기에도 어쩌면 개나리꽃이 필 것이다.
인적 없는 산속 바위틈에는 솜다리, 며느리주머니가 수줍게 피어날 것이고,

양지바른 무덤가마다 보라색 제비꽃,
울타리 틈새마다 애기똥풀,
산그늘 드리운 곳에 매미꽃 피나물도 노란 꽃을 낼 것이다.
너무 흔해 이름 모를 풀꽃들이며,
이름만큼 어여쁜 은방울꽃도 자기들끼리 모여 봄볕을 만끽할 것이다.

새봄,
그 곱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들이,
천지를 흔들며 내게로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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