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김진호의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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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들(2015.6.24~7.9)
artkee  (Homepage) 2015-07-10 15:50:47, 조회 : 667, 추천 : 180

<애견가>
동네에서 산책하다가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늘 함께 다니던 강아지가 안 보이길래 안부를 물었다. 18년 키운 강아지를 지난 3월에 떠나보냈다고 했다. 전에 그 강아지를 보았을 때는 뇌졸중 수술을 마치고 재활치료가 한창이었다. 후유증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겨 눈 수술도 했는데 갖은 합병증으로 심각한 지경에 다다랐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너무 힘들어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했어요."
지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강아지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간도 이식할 수 있다고 하는 서민 교수의 말이 생각났다. 나도 전에 기르던 토끼가 2주 만에 죽었을 때 한동안 마음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분 만큼 애견가는 아니지만,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안타까운 표정으로 위로했다. 잠깐의 인연도 그러한데 18년 동안 함께했으니 그 상실감이 오죽할까. 가족을 잃었을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동물에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 중에 심하게 모진 사람은 없더라. (6/24)


<영화 촬영>
단편 영화 <선생님이 사라진 날> 촬영이 순조롭다. 연출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옆반 선생님이 출연하는 부분,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급식시간 신을 무사히 촬영해서 다행이다. 오늘 7부 능선을 넘었다. 앞으로 하루만 더 찍으면 될 듯하다.
하룻 동안의 이야기를 여러 날에 나누어 찍어야 하므로 아이들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유지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니네들, 갑자기 이뻐지면 안 된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잡고 23명의 연기 연출을 나 혼자 커버해야 하는 게 만만찮다. 특히 소음이 많은 공간에서 연기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현장녹음작업이 가장 어렵다. 목소리가 잡음에 묻혀서 다시 찍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 급조해서 투입한 조명의 효과가 사뭇 기대된다.
아이들의 연기가 갈수록 무르익고 작업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다. 연출자의 의도를 금방 알아채고 연기에 반영하는 효석이와 서진이는 배우가 되어도 괜찮겠다. 악역을 맡은 민조는 정떨어지는 표정을 표현해 내고 있다. 내가 찍느라 정신 없어서 놓치는 부분을 콕콕 짚어내는 민선이는 연출을 하면 좋겠다.
교과서 진도? 촬영 시간을 확보하려고 메르스로 휴업하고 있을 때도 원격으로 진도를 나갔다. 내가 인터넷 강의를 녹화해서 학습 동영상을 띄우면 아이들이 집에서 미리 공부하고 사전 과제를 한다. 학교에서는 관련 활동을 바로 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남는다.
끼적이다 보니 다, 나 잘났다는 얘기네. (6.24)


<은사님께 드리는 영상 편지>
http://youtu.be/vEj2XxFIoQ8 (6/26)




<분단 70주년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위한 기도회>
분단 70주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통일 기도회 실황을 급하게 편집해 보았다.
비록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그 자리에 함께하셔서 오병이어 같은 몸짓을 받으셨으리라 믿는다. (6/27)
실황 영상  http://youtu.be/v9gxIN3qIUs
이만열 장로님의 격려사  http://youtu.be/fXE-B0r5Bs0



<영화: 선생님이 사라진 날>
우리 반 학생들과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아무 연락도 없이 출근을 안 하고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부재를 즐기기로 정했다. 학생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5회에 나누어 촬영하고 편집했다. <선생님이 사라진 날>이라는 12분 짜리 영화가 완성되어 이를 공개한다. 자발적 관람료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출연료 1,000원 씩 주고 과자파티도 했다.
영화 보기 http://youtu.be/a48Akkozjs8
메이킹 영상 http://youtu.be/BkLjOakHtM4 (6/29)



<학습 동영상>
올해 5학년 1학기 수학 전단원 동영상을 제작했다. 스마트폰이 고생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내가 띄운 동영상을 집에서 보고 학교에 오면 수업 시간에는 관련활동을 하였다. 덕분에 메르스로 인한 휴업 중에도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1학기 진도를 다 마치고 1단원부터 다시 시청하며 복습하고 있다. 5학년 학생들 수학학원 안 보내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영상 제작하느라 고생했지만 내년에 5학년을 다시 맡는다면 널널하지 않을까.
동영상 목록  http://www.evernote.com/l/ASu6fiILUKFGsKV57bGStzZIzvEixX6Joys (7/2)



<신월동 프로젝트1>
아이들과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신월동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 한다. 족히 3~4년 정도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다. 우리 학교 주변 동네는 재개발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바람에 몇 년째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즐비하다. 빈집 사이 사이에 아직 이사하지 않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거주하고 있다. 마을이면서도 마을이 아닌 이 동네의 풍경은 머지않아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다. 올 연말부터는 공사가 시작된다는 소문이 들리지만 그건 그때 가 봐야 안다.
포크레인이 들어오면 기존의 낡은 집과 골목들, 아이들의 놀이터, 재래시장, 이발관, 복덕방, 점집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이 동네에서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엮어 온 작은 서사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정착민들이 밀고 들어와 이 공간을 점령할 것이다. 말 그대로 '천지개벽'인 셈이다.
사라지고 드러나는 풍경들을 드로잉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기록해 보기로 하자. 우선 이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학교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어야겠다. 빤한 주제를 빤하지 않게 다루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7/3)



<신월동 프로젝트2>
오늘 오후는 신월동 골목길에서 보냈다. 동네 사람들이 촬영하는 내게 다가와 냉커피, 수박, 참외 등을 건네며 말을 걸어왔다. 그들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흉흉해진 마을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동네가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돈 때문이지 뭐." 첫날부터 수확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신월동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http://youtu.be/jhT8XV6ivXU (7/4)




<신월동 프로젝트-3>
오늘 아이들과 신월동 일대를 돌아다녔다. 골목길을 관찰하고,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고, 글을 썼다. 시장 떡집에서는 아이들과 먹으려고 가래떡을 샀다. 떡집 주인이 인절미와 꿀떡을 덤으로 주어서 나눠 먹었다.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동네 인심이 좋다며 이런 분들과 한 동네에서 계속 살면 좋겠다고 했다.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골목길, 낡은 집이 새롭게 보이는데 곧 죄다 사라지니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이 마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신월동 프로젝트>에 박원순 시장께서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고 편지를 보냈는데 곧 답을 주겠다는 담당자의 답장이 왔다. 내일은 시장님께 건의하거나 질문할 거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http://youtu.be/jQdczGeZRTo (7/8)




<구질구질>
자평하자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실패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만회하겠다고 발버둥치기는 하는데 더나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싶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한다는데 나는 왜 점점 보잘 것 없어지는지... 하긴, 이게 성숙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본모습을 보는 눈이 열리고 있으니까.
성공도 추락도 절망도 승리도 좌절도 뭣도 아닌 나의 현재가 지겹다. 꼴에 근사하게 보이고는 싶어서 그림 그립네, 영화 만듭네, 이런저런 교육합네 떠들지만,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을 고른다면 딱 '구질구질'이다.
죽을 병에 걸리거나,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이혼 당하거나, 쫄딱 망하거나 하지 않고, 뭔가 반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7/6)




<노화>
우리 아버지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어릴 적에 나와 논일 밭일을 할 때면 항상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구수하고 교훈 섞인 이야기들이 나에게 끼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90을 바라보고 계시는 아버지가 수없이 되풀이된 이야기를 마치 처음인 듯 반복하신다는 점이다. 재탕 삼탕이라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귀를 세울 수 있지만, 수십 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요즘에는 아버지의 말씀을 건성으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내곤 한다.
'한 이야기 또 하기'는 노화의 뚜렷한 증거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다른 세대와 소통하기 어려워지고 더욱 고독할 수밖에 없다. 뇌 기능이 퇴화하여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반응이 느린 데다 새로운 인풋이 적으니 고릿적 경험으로 구성된 세계 안에 갇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개그콘서트에 혀를 끌끌 차면서도 구닥다리 유머를 남발하는 어르신들은 대개 상대방이 정말 웃겨서 웃는 줄로 생각한다. 오래된 이야기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는 어렵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새로운 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방에 앉아서 TV드라마나 뉴스만 볼 게 아니라 소설도 읽고 여행도 하면서 오늘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능하면 옛이야기를 안 꺼내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오늘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만을 이야기하겠다는 결단.
남 얘기가 아니다. 50도 안 된 내가 이렇게 꼰대스러운 낙서를 하다니.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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