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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들 (2015.8.18 ~ 8.31)
artkee  (Homepage) 2015-08-31 16:20:23, 조회 : 643, 추천 : 183

<작품 판매?>
영국 사치 갤러리에서 내 작품이 팔렸다고 메일이 와서 봤더니 원화가 아니라 풍선 그림 프린트가 매매된 거였다. 몇만 원 받으려고 영문으로 된 세금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페이팔 계정을 터서 제출했다. 이것도 경험이니까. (8/18)


<헌금 생각>
교회에서는 자기 이름으로 선을 행하면 '자기의'가 되어 주님이 싫어하시니 교회를 통해서 하라고 가르친다. 기독교인들이 기부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데도 깍쟁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실소득의 상당 부분을 교회에 헌금하기 때문에 부조하거나 사적으로 누구를 도와야 할 일에 인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교회가 거둔 헌금으로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한다면야 무슨 문제겠는가. 교인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나 정의로운 일에 헌신하는 이들을 정성껏 챙기는 교회는 드물다. 자산 취득이나 인건비 등의 운영경비로 대부분을 써버리는 데다, 외부에 지원하는 예산은 담임목사의 인적 네트워크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 집은 교회에 낼 헌금과는 별개로 '사회적 기금'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교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단체나 개인을 지원하자는 취지이다. 생색내려 한다는 비판은 감수하겠다. 교회의 헌금 사용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헌금을 줄이고 사회적 기금을 늘일 생각이다. 내 마음 있는 곳에 내 재물을 쌓겠다. (8/18)


<옆 반 선생님>
"우리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같은 학년의 교사로 함께하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분이 기 선생님이라고들 하세요."
후배 교사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분위기를 내게 전했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닌 줄은 알지만, 당황스러웠다. 내 학급 운영 방식이 유별나서 다른 반과 비교된다는 얘기였다.
사실, 나라도 나 같은 옆반 선생이 불편할 것이다. 영화 찍는다, 1인 시위다, 인터넷 수업이다, 학부모 팟캐스트 방송이다, 뭐다 하며 요란을 떨었으니 말이다.
내가 본래 틀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데다가,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사회나 학교 시스템에 대한 회의가 깊어져서 아이들 외에 다른 것은 안중에 두지 않으려 했다. 날마다 이 아이들과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다른 반이야 어떻게 하든 내가 의미를 느끼는 일에 집중했고 또,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교육 혁신의 적은 옆반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규격화한 교육에 대한 풍자를 담아 한 말이지만 독선이 서려 있는 표현이었다.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나의 학급 운영 방식을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고민이다.
사족: '다름'을 추구하거나 수용할 때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부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동료 선생님들과 어떤 갈등이 있는 것처럼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옳고 다른 선생님들은 그르다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8/18)


<페이스북>
페이스북 벗들이 1~2년 전에 올린 내용을 다시 띄우는 일이 잦으니, 나 같이 기억력이 시원찮은 사람은 자꾸 헷갈린다. 어떤 일을 축하하고 보니 1년 전 일이고 2년 전 사건에 '좋아요'를 누른다.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탓이다.
페이스북이 과거에 내가 남긴 흔적을 보여주면 나는 오히려 지우곤 한다. 그때 그 일이 현재 600여 명의 페벗들에게 별로 의미심장할 것 같지 않아서 다시 게시하지 못한다. 이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글을 쓰지 못하는 까닭이고, 페북을 어느 정도 공적인 매체로 보는 나의 취향 때문이다. (8/20)



<제자의 메일>
엊그제는 'ㅁㄴ'가 메일을 보내왔다. 이 아이(?)는 내가 담임하고 있을 때 윌슨씨 병이라는 희소병에 걸렸다. 언니는 같은 병으로 그 무렵 세상을 떴다. 형편이 어려워 병원 치료도 받을 수 없다는 사연이 당시 한겨레신문에도 소개됐다. 나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29세, 죽지 않고 살아 있다니, 완쾌됐다니, 직장 생활을 한다니... 메일을 읽기도 전에 눈물이 났다.
가끔 15년, 20년 전 제자들에게서 메일이 온다. 내가 30 무렵에 가르쳤던 아이들, 본인들이 30 즈음이 되자 까마득한 시절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메일에 담긴 사연 중에는 내가 기억하는 일도 있고 이런 일도 있었나 싶은 내용도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반에서 혼자 소풍을 못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소풍을 못 간 아이들을 돌봐주셨어요. 그때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미술실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고 점심으로는 자장면을 사주셨어요.^^ 사실 그때 소풍 안 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때는 감사하다는 말도 못했던 거 같아요."
내가 이 아이의 담임을 하기 전, 미술 교과전담 교사로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사정으로 소풍을 못 간 아이들은 대개 교과전담교사가 맡아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ㅁ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먹은 자장면 한 그릇을 잊지 않았다. ㅁ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에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적혀 있다. 거의 내 기억에는 없는 일들. 그 작은 일이 자기 삶에 의미가 되었노라고 말한다. 이런 편지를 읽을 때면 고맙고 뭉클하다. 선생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나와 관련한 작은 일이 평생 상처로 남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삶이 조심스럽다. (8/21)



<타결>
남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좋지 않았으나 합의한 내용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너무 먼 길을 돌아서 다시 화해의 길로 들어섰다. 남과 북, 국민 마음 졸이게 하는 정치 그만두고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가라. 이 길밖에 없다. (8/25)

'최악의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는 말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기에 '유감'이라는 말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북 회담 결과를 환영한다.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더한 모호함도 견딜 수 있다. 아울러 남북 타협의 결과로 '박'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에 큰 불만이 없다. 대화하고 타협할수록 지지율이 오른다면 계속 그렇게 하려고 할 테니까.
나는 여전히 이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앞으로 2년 반이나 남았으니 어쩌랴. '최악의 평화'라도 지켜내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인질로 사로잡힌 사람의 심정이 이럴까. (8/28)

<칼럼>
http://www.arte365.kr/?p=44547
학교예술교육을 주제로 쓴 칼럼. (8/25)


<임원 선거>
임원 선거가 있기 전부터 2학기 학급 회장은 000가 되리라고 짐작했다. 훤칠한 키, 나이스한 매너, 월등한 운동신경, 게다가 공부까지...그런데 000가 얻은 표는 단 1표. 본인 빼고 아무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당혹스러워하는 000를 보는 내가 더 당황스러울 정도. 아이들의 생각과 담임교사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 과거에도 그랬다. 내가 예측한 아이가 당선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더 이상한 일은 000가 부회장 선거에서는 뽑혔다는 점이다. 뽑힌 아이나 뽑은 아이들이나 모두 결과에 어리둥절했다. (8/27)



<국민TV와 친노>
국민TV 조합원이었다가 김용민PD가 하차하는 걸 보고 탈퇴했다. 당시에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몰랐지만, 김PD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국민TV 사태는 친노프레임, JTBC 손석희 뉴스 출현, 무모한 TV방송 투자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출범 초기에 기대한 만큼 외연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재정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표면화하여 노종면 국장의 돌연 사퇴로 이어졌고, 주요 제작진들은 물론, 급기야 김용민PD까지 방송제작을 그만 두게 되었다. 일이 잘 풀렸더라면 생기지 않을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국민TV의 성공을 바랐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다.
나는 국민TV가 보수 주류 언론은 물론 진보 매체 내에서도 왕따 신세였다고 본다. 진보입네 하는 사람들도 '친노 방송'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서 국민TV를 외면하고 비웃었다. 국민TV가 친노 색채를 가지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문제였을까. 노무현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무슨 죄를 그렇게 졌을까. 정치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친노'에 드리워진 저주를 이해할 길이 없다.(그렇다고 서영석 씨를 비롯한 일부 친노 인사들의 미숙한 행태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냥 편하게 말하련다. 내가 보기에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친노' 운운하는 행태에는 주류 엘리트의식이 서려 있다. 김용민으로 상징되는 국민TV가 진보 동네에서 활보하는 게 눈꼴사나웠겠지. 지방대 나온 김용민 따위가 말이다. 김용민이 일류대 나왔다면, 노무현이 대학 교육이라도 받았다면 오늘날 '친노'라는 말의 의미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이제 국민TV가 이 지경이 됐으니 한 마디씩 하실 찬스다. "걔들 하는 짓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8/29)


<사투리>
내가 밝히지 않는 한, 사람들은 내 고향이 정읍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내 말투가 서울말 비슷해진 건 서울살이를 오래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급적 전라도 티를 내지 않은 탓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전라도 사람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섬세한 차별과 편견을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라도 사투리는 무식한 양아치, 종북 빨갱이, 가난한 무지렁이를 표상한다. 사회적 관계망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 쓸수록 손해다.
보통 경상도 말투는 억양이 강해서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경상도 출신이라면 굳이 말투를 고칠 필요를 못 느낄 것 같다. 경상도 사투리는 주류의 말이고, 기득권을 표상한다. 쓰면 쓸수록 이익이다. 정치권을 보면 명확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많다. 차기 대선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김문수, 이재명...대권 여론조사에서 거명되는 인물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죄다 경상도 출신이다. 경상도에 유달리 유능한 인물이 많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경상도 인구가 많기에 생기는 기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경상도(출신) 인구는 제주, 호남, 충청, 강원의 인구를 모두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 문제는 경상도가 인구 비례를 훨씬 상회하는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대통령도 경상도 출신이 될 것이고 경상도 사투리는 그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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