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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들(2015.11.14 ~12.31)
artkee  (Homepage) 2016-01-01 21:09:45, 조회 : 636, 추천 : 138

<집회>
규모를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시청에서 십만 분의 1이 되겠습니다. (11/14)



<시작>
어제 민중 총궐기 집회에 나갔습니다. 도로를 뒤덮고 시청광장으로 속속 모여드는 군중 행렬을 보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구호 몇 번 외치고 해산했던 이전의 다른 집회와는 달랐습니다. 해도 너무한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평화로운 행진을 하면서도 "오늘 아무도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 이 말이 계속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저는 물대포가 미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캡사이신 물대포 앞에는 나보다 더 절실한 사람들, 절망 앞에 선 사람들이 다가갔을 것입니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들이, 도시인보다는 촌 사람들이, 배운 사람보다는 못 배운 사람들이, 있는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들이 더 가까이 갔을 것입니다.
먼저 시위대를 이탈하여 집으로 오는 동안, 한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는 속보를 보았습니다. 10만 넘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힘없는 사람이 맨 앞에서 맞았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맞은 것입니다. 현장 영상은 참혹했습니다. 물대포는 노인을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치고 그 위로 계속 직사되었습니다. 하얀 캡사이신이 온 거리를 뒤덮었습니다. 공권력은 성난 민심에 기어이 불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뭔가 시작된 느낌입니다. (11/15)



<역사 국정화 설문조사>
'좋은교사운동'에서 국정화 관련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정부는 교사 90%가 반대하는 일을 올바르다 합니다. 제 정신 가지고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11/15)



<강경 대응>
공권력에 의해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집권세력들의 말은 되레 강경합니다. 민중 총궐기대회에 모인 군중을 IS 테러집단과 중첩하며 상징조작을 시도합니다. 불법 폭력 시위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실탄 발포라도 서슴지 않을 기세입니다. 일사불란한 강경 대응입니다. 두려운 모양입니다. 두려움에 휩싸이면 심신이 강직돼서 여유로운 대응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다 부러집니다. (11/17)



<커피>
하루에 커피를 3~5잔을 마시면 갖가지 병이 예방되고 몇 년 더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기에 어제 오후에 진하게 한잔 했더니 새벽 두 시 반에 잠이 깨더군요. 다시 잠을 청하기는 했지만, 비몽사몽으로 아침을 맞았어요. 커피로 얻는 이익과 수면장애로 당하는 손해 중에 어느 쪽이 큰지 따져봐야겠네요. 담배도 안 해, 술도 못 마셔, 커피도 안 맞아, 예민한 몸에 비위를 맞추며 살기도 쉽지 않네요.
모닝커피는 괜찮을까 싶어서 오늘 아침에 한잔 했습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라요. (11/19)



<마스크>
'제 얼굴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제가 전부터 관심 가진 주제입니다. 자기 얼굴로 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정부는 시위할 때는 제얼굴로 하라고 강요합니다. 뭔가 창작의 영감을 주네요. 앞으로 집회에 나갈 때는 작업실에 뒹굴고 있는 방독마스크 하나 챙겨야겠습니다. (11/28)



<12월>
아침에 아이들과 차를 나누면서 생각해보니 1년 동안 교실에서 참 편안하게 지낸 것 같습니다. 격했던 순간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조용하고 잔잔하게 소통했습니다. 누구라도 상소리를 한 마디 하면 뜨악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또 모르죠.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온갖 구잡스런 언행을 일삼는지도...앞으로 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될 날이 20여 일 남았습니다. 잘 마무리해야겠지요. (12/2)



<감기>
목감기 때문에 어제오늘 따뜻한 물 몇 주전자를 마셨는지... 며칠 전에 목감기 걸린 아내로부터 옮겼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어떤 자리에서 노래 두세 곡을 불러야 하는데 노래는커녕 목소리조차 안 나오네요. 저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이럴 때 전문 가수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감기 조심하십시오. (12/4)



<누드화>
제 작업실에 그리다 만 누드화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풍선과 누드를 조합한 작품을 몇 점 진행 중입니다. 다행히 좋은 모델을 만났습니다. 무용을 전공해서 그런지 손끝, 발끝, 시선처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이 즐겁다며 정성껏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서 숭고함이 느껴졌습니다. 자기 몸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건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이 분명합니다. 저 같은 그림쟁이에게는 모델들이 고마운 존재고요. 천박하지 않게 주의해서 완성해보겠습니다. (12/4)



<이별 노래>
이제 제가 맡은 학생들과 함께할 날이 일 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올해 담임으로서 저의 학급운영을 자평한다면 성공보다는 실패라고 해야겠습니다. 겸양지덕이 아닙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제가 기대했던 학생들의 의미 있는 변화를 별로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이 아이들이 2015년의 경험에 대하여 작은 의미부여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선생으로서 밥벌이 하는 한, 낭패감을 피할 도리가 없네요. 능력부족입니다.
마무리라도 잘 해야겠다 싶어서 이별 노래 하나를 지어 아이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https://youtu.be/qdQwj7ZcjJo  (12/23)



<성탄절>
17년 전 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은 물론 나비와 개미 들풀들도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돌멩이, 바람, 별들까지도 이날을 간절히 기다렸을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느라고 애쓰는 모든 존재들과 성탄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http://artkee.com/bbs/skin/salz_dierectnnormal_gallery/view_img.php?file=data/work25/1313366734/christ.jpg# (12/25)



<호남 민심>
호남 민심을 잘 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호남 사람이니까요. 호남 사람들은 정치인의 출신 지역보다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와 정당에 전략적 투표를 해왔습니다. 정치인 중에서도 될만한 사람을 콕 집어내서 우뚝 세우는 호남의 집단지성에 전율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역대 선거 국면에서 호남 민심의 정치적 판단은 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이 곧 호남 민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여론조사를 통해 전해지는 호남 민심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안철수, 천정배, 박지원, 박주선 등의 정치적 언행에 동조하는 경향이 상당합니다. 고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문재인에 대한 지지 만큼이나 비토정서도 강합니다. 지금 문재인이 사퇴하면 죽도 밥도 아니라고 보는 제 판단과 달리, 호남 사람들의 상당수는 문재인 사퇴 없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안철수의 대권 성공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데 호남 지역의 안철수 지지도는 만만찮습니다. 호남 출신 대권 후보가 없다는 지역적 소외감도 팽배합니다.
호남 민심이 이렇게 분열된 까닭을 잘 모르겠습니다.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인들 때문인지, 밤낮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종편 때문인지, 아니면 호남도 이제 민주주의고 나발이고 잘 살고 보자는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건지...호남 출신으로서 호남 민심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너무 오래 산 탓이겠지요. (12/29)



<사보나롤라>
15세기 피렌체의 정치와 종교 지도자였던 사보나롤라는 저에게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30대 후반에 산마르코 수도원장으로 임명된 사보나롤라는 검소하고 금욕주의적인 삶을 실천하며 자신을 초청한 메디치가에도 독설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로마 교황청의 타락상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됩니다. 그가 보기에 당시 피렌체는 타락이 극에 달한 도시였고, 이 도시의 심판을 예언하며 경고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몇 년 후 프랑스 샤를 8세의 침략으로 대중들은 사보나롤라의 예언이 성취되었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피렌체의 정치적 리더가 되었습니다. 그의 쉽고 간결하면서도 예언자적인 메시지를 듣고자 1만 명 이상의 군중이 모여들었습니다.
기독교적인 이상을 피렌체 사회 전반에 실현코자 했던 사보나롤라는 미와 예술에도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인문주의적인 르네상스 문화를 반대하고 기독교적인 단순성과 검소함을 주창하였습니다. 심지어 십대들을 선동하여 피렌체의 사치스럽고 이단적인 것들을 모아서 불태우는 '허영의 화형식'을 거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르네상스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많은 작품이 사라졌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판)과 같은 작품이 화형식을 면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보티첼리는 사보나롤라의 사상에 깊이 영향을 받아서 자기 작품 다수를 불태워버렸고 작품의 방향도 크게 바꾸었습니다. 사보나롤라가 이단으로 몰려 로마 교황청에 의해 파문되고 화형에 처해진 후에 완성된 '그리스도의 탄생 또는 재림'(도판)을 통해서 보티첼리가 사보나롤라로부터 받은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기독교적인 주제에 천착했고 양식적으로도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을 찾았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던 작품은 '비너스의 탄생'이었지, 사보나롤라 이후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탄생'과 같은 작품들이 아니었습니다. 보티첼리가 종교적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그린 그림들은 저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고 솔직히 말하면 본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런 일은 비단 보티첼리의 경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멀쩡하던(?) 화가가 '은혜받은' 후에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기독교 미술입네 하지만 예술적 품격이 떨어져 보이는 작품들은 흡사 사람 좋던 이가 신학교 들어가서 목사 되더니 신안적 도그마에 사로잡힌 격이랄까요. 종교적 열정이 삶과 예술을 더 성숙한 경지로 이끌지는 못할망정 격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경우를 볼 때마다 씁쓸합니다. 차라리 사보나롤라가 없었다면 피렌체는 지금보다 더 빛나는 문화예술의 보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http://blog.naver.com/artkee/220584046498 (12/31)



<태도보수>
정치권에서 '태도보수'라는 말을 쓰는 모양입니다. 정치적 이념이야 어떻든 태도는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봐요. 일리 있다고 생각해요. 말은 옳은데 인사성도 없고 싸가지가 없다는 평판을 듣는다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병신년과 박근혜를 연결짓는 언사는 좀 그렇습니다. 욕하고 싶은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신선한 느낌도 별로 없는 데다, 자신을 교양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거부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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