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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들(2016.1.2 ~ 3.13)
artkee  (Homepage) 2016-03-17 15:41:55, 조회 : 428, 추천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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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전략-1>
누구나 자기를 근사하게 보이고 싶어합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보다는 근사해보이는 실패를 선택하곤 하지요. 작은 과제에 실패해서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도전하지 않거나 차라리 거창한 일에 실패하여 덜 찌질해지고 싶은 거죠. 실패의 명분을 쌓아 스스로 실망하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아이들은 자주 실패전략을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고의적으로 실패하는 까닭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내 스스로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아예 기대수준을 낮추어버리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스스로 실망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무능력해지는 겁니다.
"무능은 또 다른 이점도 있다. 무능력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갖는 기대와 요구를 축소시킬 뿐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에게 갖기 마련인 기대와 희망도 축소시켜준다. 만약 우리가 실패에 맛들인다면 최소한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우리는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존홀트, 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 128쪽)
실패할 때마다 유형 무형의 벌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로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기대수준을 낮춤으로써 벌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칭찬과 상(賞)도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성공할수록 다른 사람의 기대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 수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과 벌이라는 보상체계는 아이들의 진보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아이들 속에 내재된 실패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는 한 아이들은 '실패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실패전략을 씁니다. 단체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끼적이겠습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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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전략-2>
예상되는 실패에 대하여 미리 보호막을 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실패 전략일 수 있습니다. ( 학술적으로는 '자기 열등화 전략'이라고 하는데 제 마음 대로 실패 전략이라는 용어를 쓰겠습니다.)우리는 은연중에 이 전략을 무수히 구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변명이 해당됩니다. 탁구나 배드민턴 등을 하기 전에 전날 과음을 했다거나, 오랜만에 라켓을 잡았다거나, 어깨나 허리를 만지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거나, 라켓 상태를 문제 삼기도 합니다. 또는 상대방의 유리한 조건을 강조하며 이른 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부각하기도 합니다. 자기의 열악한 조건과 상황을 미리 언급함으로써 결과가 안 좋더라도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겠다는 전략이죠. 하긴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실제로 시험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셔버리기도 합니다. 공부할 만큼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자존감이 손상될 테니까 아예 공부를 안 하는 겁니다. 제가 페북 담벼락에 글을 세심하게 쓰면서도 '낙서'라고 하거나 '끼적인다'라고 표현하는 까닭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글이 형편없더라도 독자들에게 낙서 수준인 점을 고려해서 판단해달라는 의도입니다. 평가 기준을 낮춤으로써 자존감이 낮아지는 사태를 막겠다는 전략. 대충 끼적였는데 명문이 탄생한다면 훨씬 근사해 보이겠죠. 회사원이나 공무원들도 이 전략을 자주 사용합니다. 목표를 일부러 낮게 잡음으로써 잘못되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최소화하고 혹시 잘 되면 능력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얻으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전략을 자주 쓰다 보면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능력을 실제로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실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숨겼는데, 나중에는 정작 실력을 발휘하려 해도 예전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 무능을 가장했다가 정말 무능해지는 것이다."(김종수 기자)
사실 진보 단체의 실패 전략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무척 조심스럽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준만 교수(전북대)가 진보 진영을 비판하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보수언론 프레임이라든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며 변명할 게 아니라 진영 내부에서 원인을 찾으라는 겁니다.
타협과 협상에서도 실패 전략이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타협과 협상을 잘못하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위험이 크지만, 아예 강경하게 밀어붙여서 협상이 결렬되면 명분과 선명성도 있어 보이고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가 쉽습니다. 조직의 자존감 차원에서는 장렬한 실패가 변변찮은 성과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들고 싶은 예가 있지만 참겠습니다. 제 생각이 선명성도 떨어지거니와, 조직 내부에 총질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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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전략-3>
문재인과 안철수의 협상 실패는 모든 야권 지지자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만, 문과 안 당사자에게는 서로에게 총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야권 분열로 인해 지지자들의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4월 총선 성적표가 낮아도 심리적 충격이 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정치인에게는 외려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야권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는 지지자들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실패 전략'을 쓰게 됩니다. 부동층이 되거나 기권하는 것이죠. 내가 투표한 정당이 실패했을 때 예상되는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아예 선거에 관심을 꺼버리는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이번 총선은 정치 리더들과 지지자들의 실패 전략이 만나 부정적 시너지를 일으킬 것입니다. 낮은 투표율로 여당이 압승하는 결과가 불 보듯 빤합니다.
안풍이 다시 분다고요? 표창원도 영입했다고요? 우리가 선거 한두 번 해봤습니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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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전북 교육청에서 초등학생들의 중간, 기말고사를 전면 폐지한다고 합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살펴본 몇몇 교육 선진국에서는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을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경쟁, 서열화 교육이 해롭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이지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중간, 기말고사는 보지 않지만, 수학경시대회를 1년에 두 차례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가 학생 간 서열을 가늠하는 일제고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제가 교무회의에서 이를 없애자고 제안했지만, 연 1회로 줄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설문조사에서 학부모 80% 이상 수학경시대회를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도 절반 이상 이 시험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중학교에 가면 피할 수 없으니 초등학교에서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들이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바뀌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 싶습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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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오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인과 세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분은 매일 죽음을 생각하고 이미 갖가지 죽는 방법도 다 꽤고 있더군요. 병원에서 처방하는 우울증약으로자살 충동을 가까스로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들도 모두 지쳐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분의 말을 들으면서 충고하지 않으려고 주의했습니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거나,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려고 한다면 왜 못 살겠느냐거나, 운동을 해보라거나, 신앙생활을 권유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이미 숱하게 들었을 말들 아니겠습니까. 과거에 제가 우울감으로 힘들었을 때를 생각하며 묵묵히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헤어지면서 오늘 대화가 좋았다고 하네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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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왜>
“20년 전에는 한국에 ‘어떻게 왔어요?’라고 물었는데 요즘은 ‘왜 왔어요?’라고 물어요.”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은 이주민에 대한 한국인의 달라진 의식을 '어떻게'와 '왜'로 표현했습니다. 가난한 이주민이 한국에 와서도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는 '어떻게'를 묻지만, 특히 이자스민 의원처럼 한국사회의 주류에 편입됐다고 여겨지면 '왜'로 바꿉니다.우리 밥그릇을 축내는 존재로 보는 겁니다. 그녀가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악플도 덜했겠지요.
탈북이주민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남한에서도 어렵게 살아갈 때는 다소의 동정심을 기대할 수 있지만, 막상 주류 사회로 진입하려 하면 사회적 질시와 직면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나빠질수록 이들을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탈북자의 남한 정착을 돕는 정책들도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신명기 10:18)
"여호와께서 나그네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고 악인들의 길은 굽게 하시는도다." (시편 146:9)
성경 곳곳에서 고아, 과부, 나그네(이방인)를 특별히 배려하는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추수할 때 이들을 위해 밭에 곡식을 남겨두면 복이 내릴 것이라는 구절(신명기 24:19), 반대로 이들을 학대하면 심판당할 것이라는 말씀(말라기 3:5)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고아, 과부, 나그네와 다를 바 없는 탈북이주민을 환대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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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없는 주일 운동>
'높은뜻정의교회'에서 '헌금 없는 주일 운동'을 선언했군요. 기립박수를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운동은 오늘날 '신앙생활=헌금생활'이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헌금을 안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교회에 내려 했던 금액만큼 교회 밖 이웃에게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어볼까요?
"교회에 모든 것을 맡기지 말라는 겁니다. 여러분, 교회 믿지 마세요. 교회에다 자꾸 돈 갖다 주니까 이상한 짓들을 하잖아요. 돈을 우습게 보잖아요. 자기 마음대로 쓰잖아요. 엉뚱한 짓 하잖아요. 선교 안 하고...교회에 돈이 많아서 그래요. 여러분 이제 그 생각 바꿔야 됩니다. 교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그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교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교회와 목사가 모든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교인들이 왕 같은 제사장으로 세워져서 그리스도인 스스로가 그리스도 제자의 모습을 사회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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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손에 스케치북과 연필을 놓지 않고 지냅니다. 사람들을 몰래 그리자니 주로 뒷모습이고 죄다 휴대폰을 보는 포즈예요. 2~3분 이내에 그려야 하므로 세세한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형태나 동작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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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음모?>
노무현 대통령이 타살됐다거나, 선관위가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거나,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켰다거나 하는 내용이 페북 뉴스피드에 종종 올라옵니다. 이렇게 충격적인 사건에는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의문스러운 요소들이 적잖이 발견됩니다. 당연히 음모론이다, 아니다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지요.
저는 이런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할 정보도,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사건들은 수많은 필연적, 우연적 요소가 겹쳐지며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우연과 필연을 구분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연의 일부라도 고의적이거나 필연적 요소로 해석해버리면 진실에서 멀어집니다. 사건과 관련한 팩트들을 이어붙여도 음모론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사건일수록 그냥 상식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타살설? MB가 정치적 금치산자가 아니고서야 전직 대통령을 죽이라고 명령하겠습니까. 제가 아는 MB는 돈도 안 되는 일에 그렇게 큰 무리수를 둘 사람이 아닙니다. 더욱이 유족과 고인의 지인들 누구도 타살설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의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MB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개표 부정 논란의 경우, 개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되지만, 수많은 선관위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범죄에 가담하고 치밀하게 입을 맞춰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면 선뜻 조직적 선거부정으로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선관위의 선거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해경과 정부가 내놓은 자료의 여러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팩트를 인정하더라도, 유병언 일가와 구원파, 해경, 선장과 선원들, 정부기관 등 그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을 매우 조직적으로 통제해야만 의도적 침몰과 은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의 침몰설에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무능한 정부에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서 하는 말입니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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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디>
평생 소박한 생애를 살면서 자기 삶을 닮은 그림들을 남긴 이탈리아 화가 모란디. 크고 화려한 작품들을 휙휙 지나치다가 유달리 작은 그의 작품에 시선이 더 머물렀습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자신을 보았습니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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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개인전 <기진호의 낯선 풍경전>
일시:2016.2.1.-2.28.
장소:갤러리탐
종로5가 12번 출구 옆(탐앤탐스 안)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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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늦게까지 작품 디스플레이를 했습니다. 카페 전시는 기존의 작품 몇 점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 딴에는 이 전시회에 꽤 정성을 들인 것 같습니다. 정식 화랑도 아닌데다 문화적 정취를 느끼기 어려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전시회에 누구를 초대하는 것이 민망한 일입니다만, 가까운 분들에게 <낯선 풍경전>을 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2월 한 달 동안 제 페북 담벼락에 전시와 관련한 낙서와 사진이 자주 올라오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상품의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게 마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가격표를 보고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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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열면 신경써야 할 것들이 꽤 많습니다. 작품전에 사용할 광고 배너를 디자인하느라 끙끙대고 있는 아빠가 한심해 보였는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딸이 손봐주었습니다. 본인 성에는 안 차겠지만, 제 마음에는 쏙 듭니다. 그런데 이 배너를 출력하는 비용이 15,000원 밖에 안 하더군요. 엽서도 인쇄했는데 500부를 6만 원에 해줍니다. 디자인비도 포함해서요. 저야 싸면 좋지만, 을지로, 충무로 인쇄 출력소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사나 싶습니다. 이런 거 몇 개를 해야 월세 내고 직원들 월급 줄까요. 장차 디자인으로 밥벌이하게 될 딸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옵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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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시리즈>
지금까지 다양한 마네킹을 그려왔지만, 그것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네킹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재의 대용물이면서 동시에 실재 그 자체인 마네킹은 저에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마네킹은 실재와 허구,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교란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현대적 공간에서 인공과 자연,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마네킹은 생물 종의 하나처럼 현실 공간에서 서식하면서 상품을 매개로 인간과 소통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마네킹의 감각기관이 흔적으로만 남은 것으로 보아 소통의 불가능성, 혹은 감각기관을 넘어선 소통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마네킹은 '결정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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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창조과학을 맹신했던 저의 전향은 다양한 관련 서적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뀔 때도 그랬겠지만, 기독교가 진화론을 수용해도 진리는 위협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편견과 고정관념이 위협받을 수는 있겠지요.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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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존경한다는 게 참... 제가 존경해왔던 한 저자, 그동안 그분의 책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상과 삶을 내면화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근거리에서 본 그분의 일상은 본인의 글과는 아주 딴판이었습니다. 많은 저서를 통해 누구보다도 폭력에 예민하게 반대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족과 지인들에게 언어폭력을 일삼았다는 말에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그분의 책들이 부질없어 보이네요. 삶이 되지 못한 말들이 허망할 따름입니다. 안타깝습니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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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작업>
누드화를 보며 작업 과정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서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델은 대부분 누드모델협회에서 파견합니다. 한 차례에 보통 2시간씩 작업하는데 20분 마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합니다. 모델은 포즈에 집중하기 위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준비합니다. 모델에게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금기시합니다. 특히 모델의 몸을 터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룹을 이루어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화가에 따라서 개인 모델을 두기도 합니다. 비용은 크로키 모델의 경우에는 시간당 4~5만 원 내외입니다.(사진 작업은 이보다 몇 배 비쌉니다.) 협회의 중개료를 제외하면 그보다 적은 금액이 모델에게 주어지겠지요. 노동의 성격과 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은 수입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누드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그것입니다. 세계의 유명 미술관의 누드화 중에서 절대다수가 여성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보니 '여성이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벗어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 부분은 다른 글을 통해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누드 크로키 모임에 참여하며 드로잉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포즈는 유화로 제작합니다. 단숨에 형태를 포착하는 크로키만 가지고는 세부 작업이 어려우므로 필요에 따라 사진 작업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사진이 아무리 해상도가 높다 한들 평면적 매체라는 한계가 있으므로 화가가 필요한 시각 정보들이 충분하게 담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물을 관찰하지 않고 사진만을 보고 그리면 어딘가 모르게 표가 납니다.
왜, 누드화인가,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똑부러지게 대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너무 상투적인 대답인 줄은 알지만, 누드만이 줄 수 있는 미적 체험을 외면하기 어렵더군요. 조금 더 변명하자면, 인간의 보편성을 표현하려는 제 작업에서 인물이 의상을 입게 되면 문화적인 코드가 덧씌워지므로 누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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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라니요. 어처구니가 없네요. 그동안 남북의 군사적 충돌에도 개성공단 때문에 전쟁 걱정을 크게 안 했는데, 인제는 부담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군요.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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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욕실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부품 사다가 수리했습니다. 또 노트북 스피커에서 잡음이 크게 나서 임시방편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냉장고 냉장실이 작동이 안 되네요. 전자기기 분야는 까막눈이라 a/s 기사를 부를까 하다가 인터넷 검색하며 직접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음식물을 모두 꺼내고 내부에 있는 피스를 돌려 분해했더니 부품에 성애가 가득하네요. 이것을 녹여 전원을 넣었더니 정상 작동됩니다. 작년에는 LED 모듈을 따로 구매해서 전등을 모두 리모델링했구요. 식탁 유리도 깨져서 다시 깔았습니다. 이밖에 세면대, 프린터, 세탁기도 고쳤습니다. 이사온 지 10년을 넘기면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네요.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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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시한다고 왔다갔다 하느라 붓 잡을 틈이 없었는데, 오늘은 종일 작업실에서 보냈습니다. 그리다가 페북하다, 그리다가 페북하다 그랬어요.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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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장을 맡게 됐습니다. 승진이라고 축하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 외려 위로를 해야 마땅합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부장을 서로 안 하려고 해서 인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공문과 업무, 각종 회의와 위원회 때문이지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 저도 마냥 회피할 수 없어 한다고 했습니다. 부장이 되면 수당으로 매달 7만 원이 더 나와요.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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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드로잉용 필기구 열댓 개를 샀습니다. 잉크 찌꺼기가 끼는 건 탈락, 선의 굵기가 불규칙한 것도 탈락, 너무 가는 펜이나 볼펜 종류는 손에 피곤함을 주므로 탈락, 촉이 너무 뭉툭한 것도 탈락, 그리다가 정지하고 있을 때 잉크가 너무 많이 흐르는 것도 탈락. 최종 합격한 Fineliner(동아)로 테스트해봤습니다. 종이와 펜이 마찰하며 손의 운동신경을 받아내는 느낌이 적당하군요.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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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치갤러리에 올린 소품 한 점을 20퍼센트 정도 할인된 가격에 사겠다는 제안이 왔기에 받아들였습니다. 소품이라 손에 쥐는 액수는 크지 않지만, 생면부지의 외국인이 제 그림을 눈여겨 보고 사겠다니 가격을 떠나 우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인보이스 작성하고, 작품을 포장해서 보내고, 페이팔로 수금하는 과정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하시는 분들은 온라인사치갤러리에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혹시 알아요?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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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드로잉>
세부 묘사는 엄두도 못냅니다. 세부묘사를 포기하게 하려고 시간을 정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15초 드로잉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델은 야멸치게 다음 포즈를 취합니다. 미완의 아쉬움이 도리어 매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들라크루아가 그랬던가요. 화가란 모름지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를 보고도 단숨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가 정확하게 이런 말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만, 그림쟁이로 행세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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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
요즘 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여서 그런지, 교육 현장에서 진로 교육이 무척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필 올해 학생들의 진로 지도에 관한 일을 맡았습니다. 업무와 관련한 공문이나 자료, 계획서 등을 보면 일정한 방향성이 있습니다. 진로교육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서 분명한 목표의식으로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라는 겁니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는 자기소개서로 수렴되겠고요.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라는 말이 근사하기는 합니다만, 경험상 공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뚜렷한 비전 같은 건 없었고 오로지 시험이나 잘 치르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당시는 수능이 아니라 학력고사를 보던 때였는데 입시를 마치기까지 제가 교사가 되리라고 생각해본 일이 전혀 없습니다. 친구가 교대 원서 두 장 사 와서 쓰고 남은 원서를 받은 게 25년 넘게 교단에 서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림쟁이가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대 미술 교양 수업에서 연필로 그린 사과를 교수님이 칭찬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물감을 손에 쥐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림이 좋아서 하다 보니 화가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렇듯 진로와 직업에 관해서는 저는 완전히 근시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밖에 못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근시안적으로 살아도 밥벌이는 하더라는 겁니다. 사실, 어렸을 때 비전을 품고 준비한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대개는 눈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우연한 사정으로 지금과 같은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해요.
우리 교육은 학창시절 대부분을 오로지 교과 공부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부담을 더 지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 전망할수록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원대한 비전을 세우라고 다들 이구동성이니 더 두렵고 막막해질 수밖에요.
진로를 고민하는 딸에게 '근시안적'으로 살아보라고 충고했습니다. 눈앞에 주어진 일에 집중하다 보면 우연히 길이 열리고 지평이 넓어질 거다, 오죽하면 성경에 '내일 일을 위해 염려하지 마라'는 말씀이 있겠느냐, 내일 일도 모르는데 무슨 원대한 비전이냐, 한두 발짝 앞을 보고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시야가 트이고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못 가면 또 어떠냐, 했더니 얼굴이 편안해지더군요.
그런데 제가 작성한 진로교육계획서에 '근시안'이라는 낱말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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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승리. 문명사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긴가민가 했던 저를 전율하게 합니다.
그동안 제가 그렸던 마네킹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오늘 들었습니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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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편집하려고 화실에서 쓰던 컴퓨터를 교실에 추가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오래된 놈이긴 하지만 그래픽카드나 램 사양은 학교 것보다 나아서 영상편집 프로그램이 그럭저럭 돌아가네요. 삼각대, 조명, 숄더리그, 블루스크린, 무선마이크...교실이 방송국 스튜디오 같습니다. 오늘은 학부모총회 때 부모님들에게 보여줄 영상을 촬영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엄마, 아빠, 드릴 말씀 있어요."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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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 바둑에 빠져서 틈만 나면 바둑책을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기력은 아마8급 정도에 그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둑을 둔 게 20년 전이었으니 지금 두라면 그보다 형편없겠지요.
저 역시 바둑을 약간 맛본 입장에서 컴퓨터가 바둑만은 넘볼 수 없을 거로 믿었어요. 도전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1국은 은근히 알파고의 승리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2,3국까지 인공지능이 압도해버리니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입니다. '바둑만은'이 '바둑마저'가 되었으니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산업혁명 이후 근육노동의 대부분을 기계가 대체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앞으로는 지식노동자들의 일자리도 기계에게 내주어야 할 판입니다.
여러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국이 가지는 의미와 그 파장은 만만찮을 것입니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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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사치아트(미국)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풍선시리즈(30호) 한 점을 누가 샀나 봅니다. 국제운송비는 구매자가 부담하며 운송 날짜를 지정해주면 갤러리측에서 저희 집으로 DHL을 보내기 때문에 작가는 포장만 잘 하면 되더군요.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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