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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들(2016.3.18 ~ 4.15)
artkee  (Homepage) 2016-04-15 10:48:06, 조회 : 398, 추천 : 96

작년 연말 이후 하루에 20장 이상 드로잉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실제 인물을 보고 그릴 수 없는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서 그립니다. 크로키북 5권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A4 이면지를 거의 드로잉으로 소모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재활용쓰레기 수거일이어서 몇 장만 남기고 다 폐휴지 처리했습니다. 점점 좋아지겠지요. (3/18)


봄이 좋아지는 건 나이 먹는 증거일까요? 이른 봄 새순을 보며 목메기도 합니다. 채도 높은 색들을 꺼내야겠습니다. (3/21)


오늘 출장가면서 좌회전 끼어들기를 하다가 교통 경찰의 단속에 걸렸습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길을 잘못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위반하셨으니 범칙금 3만원 끊겠습니다. 면허증 주십시오"
면허증을 받아든 경찰관이 "아니 기김진호 선생님 아니십니까?" 어떻게 저를 아시냐, 했더니 "00이 아빠입니다." 10년 전 제자 학부모였습니다. 세상 좁은 줄은 알았지만... (3/25)



역시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완벽한 준비나 작품 구상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일단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손이 스스로 알아서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손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영감과 상상력 가득한 세계를 향해 온몸을 이끌고 나아갑니다. 전망이 불투명하고 회의감이 밀려들수록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해집니다. 손을 움직인 만큼 그림이 좋아진다는 믿음 때문에 오늘도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3/29)



짧은 봄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채도 높은 배경에 풍선을 안은 누드를 배치해 보았습니다. 터치감 있게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직 알 수 없네요. 비리디안과 에메랄드 그린, 퍼머넌트 옐로 물감이 모자라서 조만간 화방에 다녀와야겠습니다. 흰색과 섞으면 고운 핑크빛을 내는 크림슨레이크도 두세 개 사야겠습니다. (3/29)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신분이기에 선거철만 되면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더라도 혼자 기도할 때는 아주 편파적으로 합니다. 누구는 꼭 붙여달라고, 누구는 반드시 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어떤 당은 분발하게 해달라고, 어떤 당은 아주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북한이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정신 차리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오늘도 뉴스를 통해 기도가 응답되고 있는지 확인하렵니다. (3/30)



저도 어렸을 적에는 서예를 했고 주변에 서예 학원도 많았는데 요즘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서예나 전통적인 수묵화는 미술 교과서에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그나마 미술시간에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예술장르가 퇴조하게 된데는 공간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현대적 공간과 사군자, 서예 작품이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지요. 물론 전통 예술 장르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데 성공한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3/30)



과거에 제가 '생명공간 연작'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을 무렵 '리차드 디벤콘'의 그림을 보게되었습니다. 그의 그림들을 접하고 나서 제 그림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하려했던 작업의 궁극적인 지점 앞에 디벤콘이 이미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었습니다.
캔버스라는 사각의 공간을 이 사람 만큼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화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마티스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되 형태나 색채를 다루는 경지는 마티스를 훌쩍 뛰어넘는 느낌을 받습니다. 작업하다가 막막한 느낌이 들 때면 디벤콘을 검색합니다. 그의 그림은 저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3/30)



<기도 응답>
수요일은 딸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강의 듣고 오느라 매번 우거지상을 하며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오늘 귀가하는 딸의 입에서 '힘들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10시 넘어서 들어온 딸의 입을 유심히 살폈어요. 들어오자 마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봐요. 오늘은 힘들지 않았어요." 이러더군요. 기도는 하고 볼 일입니다. (3/30)



헬륨 가스를 채워 풍선을 띄웠습니다. 줄에 묶인 풍선들을 수십 장 찍고 마지막에는 하늘로 날려보냈습니다. 바람에 날려 뿔뿔이 흩어지려는데 줄이 얽혀서 그러지 못하는 풍선들을 보며 상념에 젖었습니다. 무리에서 이탈하여 허공으로 흩어지는 몇몇 풍선들은 결국 자유를 누렸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부터 이들을 그리렵니다. (4/5)



새누리당쪽 지지자들은 드러내놓고 지지할 명분이 없을 때는 조용히 있다가 투표로 보여주는 살뜰한 방식을 택하곤 했습니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조금 실망스러우면 아예 투표를 안 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총선 여론 조사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최종 발표된 조사 결과는 여야 모두 긴장을 놓을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표장으로 지지자들을 많이 끌어 내는 쪽이 이기겠죠. (4/8)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우리시대 리얼리즘전'에 출품했습니다. 4월 22일까지. 서울시청갤러리(시청역4번 출구) (4/12)



보기 싫은 정치인 몇몇이 낙선하는 것으로 나오고, 노심초사하며 당선되기를 바랐던 후보 몇몇이 당선되는 것으로 나오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새누리당 압승을 예상하고 내일자 사설과 칼럼을 미리 쓴 언론인들은 지금 글 고쳐 쓰느라 정신 없겠네요. (4/13)



총선 투표 직전까지 모든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그렇고 대부분 전문가가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느냐 못 얻느냐 하는 판이었습니다. 당연히 야권 지지자들의 분위기는 극도의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이 종편으로 메아리치고 야권은 분열되었으며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은 노골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뭔가 확실히 보여준 것도 아닙니다. 유권자들 사이에 피부로 느낄 만한 바람이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내 1당이 교체되는 결과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총선 결과는 의외입니다. 합법적인 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정치적 경험이 가져올 변화는 단지 의석 몇 석 왔다 갔다 하는 정도가 아닐 것입니다. (4/14)



문재인 전 대표가 당장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비둘기처럼 순결할 수는 있어도 뱀처럼 지혜로운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계를 은퇴하면 다른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만두더라도 자신을 향한 지지자들이 납득한 이후에 물러나야 합니다. (4/15)



달포 전에 녹색당으로 출마한 한 인사에게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건넸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더군요. 바쁘고 정신없는 선거철에 일일이 답장할 여유가 없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조금 섭섭하더군요. 제가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에 투표하지 못한 것은 더 시급한 이슈에 몰린 탓 외에도 이런 사적인 경험이 약간의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이렇게 쫀쫀하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접하고서 분단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탈핵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기에 저 역시 녹색당이 원내 진출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녹색당에 대한 마음의 빚은 어떤 형태로든 갚으려 합니다.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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